종이에 수채화물감, 과슈,잉크. 58*78

 

제주 곶자왈에서 잠시 혼자 있었을 때 일이다. 무심히 얼굴을 돌렸는데 까맣고 큰 눈동자와 마주쳤다. 순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흘렀다. 사슴인지 노루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뿔을 가진 것을 보니 분명 수컷이 였다. 심장이 터질 듯 한 짜릿한 기분이 였다. 동물원의 철책을 사이에 두고 갇혀진 자, 관찰자로써의 위치가 아니라 숲이라는 자연 공간속에서 동등한 생명체였다. 짧은 시간동안 분명 서로의 생각들을 교감했다고 확신한다.

2년이 지난 기억이지만 아직도 생생했던 그 장면을 작업해 보았다.

사슴은 숲 전체를 담고 있다. 물고기 ,, 나비는 진정으로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날개 짓을 할 수 있는 희망적 바람들을 표현했다. 숲에 생명체들 사이를 밝혀주는 반딧불들은 작은 요정과도 같다.

 

이런 작업들을 하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숲과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인간의 의해 없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으로 같이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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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에서 마음을 사로 잡은 멋진 녀석이 있다. 당연 숲에서 멋진 녀석이란 나무다.

제주 비자림은 아주 오랜시간 황홀한 자태로 커온 비자나무 천국이다. 그 중 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나무가 있다.  비자림 깊이 들어가 보며 협소한 공간 속에서도 공작의 환상적 깃털을 뽐내듯 한 없이 펼쳐진 가지들을 가진 비자나무.  보고 있노라면 몸이 뒤로 넘어 갈 정도로 멋지다.

 

미션골드 수채화물감, 펜. 인베니오 과슈

 

*그 곳에서 나는 꿈을 꾸다

 들으면 행복해지는 노래를 부르는 새와 조용히 소근 거리는 돌들, 부서지는 햇빛보다 눈부신 반딧불이들의 향연. 다 커버린 어른의 비자림에 대한 상상을 아이처럼 그리고 싶었다.

 

작은아들이 이 그림을 보고 '영혼의 숲' 같다고 말해 주었다. 알록달록한 색깔, 흙 속에 돋아나는 새싹과 살아있는 듯한 돌들, 사슴뿔 같은 비자나무가 그렇게 보인다는 유치원생의 생각. 엄마의 의도를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 읽어 감동 시켜준 아이.

그림을 끝내고 나면 아이들한테 어떤지 늘 물어본다. 내 작업의 첫번째 평가자들이다.

 

자꾸 그림을 그리는데에 게을러 지는 것 같아 자책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날씨에 따라 감정기복도 크다보니 더위와 장마가 내 발목을 많이 잡을 것 같다.

 

피그먼트 세피아잉크, 미션골드 수채화물감, 50.8*38.1일러스트보드

 

*너의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물다

수백 년을 살아 온 비자나무 앞에서 머물렀다 지나간 내 시간은 순간의 찰나일 것이다. 시간의 흔적들 선명히 몸속에 나이테로 기억하는 나무처럼 내 몸도 오감으로 그 시간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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