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에서 마음을 사로 잡은 멋진 녀석이 있다. 당연 숲에서 멋진 녀석이란 나무다.

제주 비자림은 아주 오랜시간 황홀한 자태로 커온 비자나무 천국이다. 그 중 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나무가 있다.  비자림 깊이 들어가 보며 협소한 공간 속에서도 공작의 환상적 깃털을 뽐내듯 한 없이 펼쳐진 가지들을 가진 비자나무.  보고 있노라면 몸이 뒤로 넘어 갈 정도로 멋지다.

 

미션골드 수채화물감, 펜. 인베니오 과슈

 

*그 곳에서 나는 꿈을 꾸다

 들으면 행복해지는 노래를 부르는 새와 조용히 소근 거리는 돌들, 부서지는 햇빛보다 눈부신 반딧불이들의 향연. 다 커버린 어른의 비자림에 대한 상상을 아이처럼 그리고 싶었다.

 

작은아들이 이 그림을 보고 '영혼의 숲' 같다고 말해 주었다. 알록달록한 색깔, 흙 속에 돋아나는 새싹과 살아있는 듯한 돌들, 사슴뿔 같은 비자나무가 그렇게 보인다는 유치원생의 생각. 엄마의 의도를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 읽어 감동 시켜준 아이.

그림을 끝내고 나면 아이들한테 어떤지 늘 물어본다. 내 작업의 첫번째 평가자들이다.

 

자꾸 그림을 그리는데에 게을러 지는 것 같아 자책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날씨에 따라 감정기복도 크다보니 더위와 장마가 내 발목을 많이 잡을 것 같다.

 

피그먼트 세피아잉크, 미션골드 수채화물감, 50.8*38.1일러스트보드

 

*너의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물다

수백 년을 살아 온 비자나무 앞에서 머물렀다 지나간 내 시간은 순간의 찰나일 것이다. 시간의 흔적들 선명히 몸속에 나이테로 기억하는 나무처럼 내 몸도 오감으로 그 시간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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