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뮬레 저널 A5, 타치카와 스쿨g펜 세피아

 

작년에 아이들과 통도사에 갔을 때 사람들 눈길 잘 닿지 않는 구석편에 있는 석상을 보았다.

그리 크지도 않고 아담한 오래되어 보이는 석상이었다. 스님들 사리탑들은 너른 잔디밭 양지바른 곳에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석상을 비롯한 몇개의 부서진, 아니면 일부가 훼손된 돌 조각들이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물구나무 서있는 사자상의 얼굴은 어린애 같이 귀엽고 몸매는 요염하게 생긴, 멋진 석상이 였다. 왜 애네들은

여기 이렇게 방치 되어 있을까라며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상상해 보았다.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을, 먼저 지나갔던 어떤 이들은 석상 위에 작은 돌들을 살포시 얹어 놓았다.

멋지고 번쩍 번쩍하고 웅장한 것들보다, 살짝은 외면 당하고 낡아지고 흐려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자꾸 생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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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치카와 g만년필 세피아,수채화용지 17.1*35

 

 

얼마전 경주 불국사에 갔었다.

아주 오래전에 가본 불국사라 처음 와 본 곳 처럼 낯설었다. 그리고 비싼 입장료에 살짝 당황

스러웠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리탑 하나가 내 마음을 이끌었다. 비로전 옆 보호각 안에 조용히

숨 죽이고 있었다.

석가탑, 다보탑도 그냥 지나쳤지만 불국사에서 가장 맘에 드는 보물이었다.

고려시대 만든 걸로 추정되는 사리탑으로, 일제시대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어 우에노 공원을 장식하다 1933년 반환 되었다고 한다.

기구했던 오랜 세월을 말해주듯 금이 가고, 떨어져 나간 몸체의 일부는 조용히 상처를 드러냈다.

사리탑을 보호각이라는 감옥에 가둬 둔 모습이 너무 안스러웠다. 이 멋진 조각작품을 시원스레 전체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것이 문화인식 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굳게 방어벽을 철저하게 치고, 엄청난 수의 감시카메라를 두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사진을 부분 부분 잘라 찍고 그림으로 전신을 짜깁기 했다. 그림으로나마 사리탑을 자유로이 햇빛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탈출 시켜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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