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뮬레 저널 A5, 타치카와 스쿨g펜 세피아

 

작년에 아이들과 통도사에 갔을 때 사람들 눈길 잘 닿지 않는 구석편에 있는 석상을 보았다.

그리 크지도 않고 아담한 오래되어 보이는 석상이었다. 스님들 사리탑들은 너른 잔디밭 양지바른 곳에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석상을 비롯한 몇개의 부서진, 아니면 일부가 훼손된 돌 조각들이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물구나무 서있는 사자상의 얼굴은 어린애 같이 귀엽고 몸매는 요염하게 생긴, 멋진 석상이 였다. 왜 애네들은

여기 이렇게 방치 되어 있을까라며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상상해 보았다.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을, 먼저 지나갔던 어떤 이들은 석상 위에 작은 돌들을 살포시 얹어 놓았다.

멋지고 번쩍 번쩍하고 웅장한 것들보다, 살짝은 외면 당하고 낡아지고 흐려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자꾸 생겨진다.

 

 

 

'그리면서 각인되다 > 옛사람의 시간 드로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국사의 사리탑  (0) 2016.04.13

 

                                                                          하네뮬레 트레블저널 A5, 미젤로 미션골드물감,볼펜

 

 

꽃을 좋아하는 나에게 봄은 설렘이고, 행복한 기다림이자 기쁨과도 같다.

하지만 오랜시간 같이 살아 온 남편에게는 굉장히 불편하고 힘든 계절이 봄이다.

알레르기성 결막염 때문에 이 많은 안약들을 늘 옆에 끼고산다.

어느 순간부터 봄이면 남편과 꽃구경 하는게 힘들어졌다. 점점 봄이면 미세먼지, 황사는 해가 갈수록

심해져간다. 빨갛게 토끼눈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깊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눈이 아파도 직장은 나가야하고 피로와 스트레스는 통증에 한 몫 더 한다.

빨갛게 충혈된 눈을 지우개로 지우듯 하얗게 지워 주고 싶다.

'그리면서 각인되다 > 일상이 머문 드로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 한 잔으로 마음의 여유를 부리다  (0) 2016.05.07
아리스토 레드뷰티 제라늄  (0) 2016.04.23
가면  (0) 2016.04.06
봄은 꽃이다  (0) 2016.03.30
귀여움을 한 바구니에 담다.  (0) 2015.09.19

 

                                                                   타치카와 g만년필 세피아,수채화용지 17.1*35

 

 

얼마전 경주 불국사에 갔었다.

아주 오래전에 가본 불국사라 처음 와 본 곳 처럼 낯설었다. 그리고 비싼 입장료에 살짝 당황

스러웠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리탑 하나가 내 마음을 이끌었다. 비로전 옆 보호각 안에 조용히

숨 죽이고 있었다.

석가탑, 다보탑도 그냥 지나쳤지만 불국사에서 가장 맘에 드는 보물이었다.

고려시대 만든 걸로 추정되는 사리탑으로, 일제시대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어 우에노 공원을 장식하다 1933년 반환 되었다고 한다.

기구했던 오랜 세월을 말해주듯 금이 가고, 떨어져 나간 몸체의 일부는 조용히 상처를 드러냈다.

사리탑을 보호각이라는 감옥에 가둬 둔 모습이 너무 안스러웠다. 이 멋진 조각작품을 시원스레 전체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것이 문화인식 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굳게 방어벽을 철저하게 치고, 엄청난 수의 감시카메라를 두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사진을 부분 부분 잘라 찍고 그림으로 전신을 짜깁기 했다. 그림으로나마 사리탑을 자유로이 햇빛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탈출 시켜주고 싶었다.

'그리면서 각인되다 > 옛사람의 시간 드로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상  (0) 2016.04.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