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나무와 노루 같은 꿈을 꾸다'

        홀베인 수채물감, 볼펜, 파버카스텔 아티스트펜, 수채전용지 24*31.8

 

제주 여행스케치

 

제주도에 있는 '레이지 박스' 까페 바로 앞에 있던 나무가 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잘 생긴 나무를 보고 그냥 스쳐갈 수 없기에 사진으로 담아와서 제주생태 이미지를 접목해 그려 보았다.

 

나에게 나무란

어린 시절 비탈진 산에 과수원을 하신 부모님 덕에, 태어나면서 늘, 매일 보고 자란 나무들, 외진 동네인지라 또래친구들도 없었지만 심심한 적은 없었다. 온 산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나무타기, 자연물로 소꼽놀이하기....이런 것들을 하느라 하루가 짧았다.

엄마한테 혼나거나 혼자이고 싶을 때 늘 찾아가던 키 큰 단감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는 나에게 좋은 친구이자 놀이터였다. 내 얘기를 대답없이 들어주던 나무가 좋았고, 배고플 때 아주 달고 맛있는 단감을 맘껏 배불리 먹게 해주는 나무가 좋았다. 가을은 맛있는 감으로 나를 즐겁게 해주고, 봄에는 예쁜 연두빛 잎사귀가 설레게 했다. 감꽃이 피다 떨어지면 실에 끼워 넣어 목걸이 팔찌도 만들었다.

태어나서부터 9년간 내 주변을 가득 채운 건 나무였다. 그래서  나무를 보면 늘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참 좋다. 그냥 참 ....좋다. 정말 좋은데 많은 설명을 해야할까?

 

 

 

나무/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Noodl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날라(숲의 어머니)  (0) 2015.12.21
만다라  (0) 2015.12.13
물들어가다  (0) 2015.12.09
첫 명함을 만들다  (0) 2015.11.26
fall into(빠져들다)  (0) 2015.11.23

+ Recent posts